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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위스키 애호가라는 취미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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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위스키 애호가라는 취미란

cologne 2026. 1. 14. 03:29

최근에 면세점에서 구매한 탈리스커 25년과 헤네시 XXO.<br/> 각각 $339.15(=₩491,570)에 구매했다.
최근에 면세점에서 동행인과 각각 구매한 탈리스커 25년과 헤네시 X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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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술, 특히 위스키와 꼬냑은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맛을 탐구하고 경험을 쌓는 중요한 취미이자 삶의 기쁨이다.
  2. 하지만 알코올 의존, 우울증과 지방간 등으로 인해 즐거움과 건강 사이에서 진지한 고민의 지점에 서게 되었다.
  3. 술을 줄이기로 결심하며, 술 그 자체보다 "함께하는 취미와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려 한다.

 

0. 글을 쓰다보니 너무 구체적인 술의 종류를 많이 쓰게 되었다... 이 글을 대충 훑는데는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술을 알면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하면서 굳이 고치지는 않았다. 밤이라서 좀 날것의 글일 수도 있지만 어딘가에는 꼭 말하고 싶었고 블로그는 완벽한 곳이었다. 참고로 이 문단은 6번 문단을 쓸때쯤 썼다. 

 

1. 나의 지금 가장 큰 취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요즘 가장 많은 돈을 사용하는 취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나는 주저 없이 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냐라고 하면 절대적인 양으로 따지면 그렇지 않다. 비싼 술을 자주 마신다. 사모은다라고 얘기해도 맞는 말인 것 같다.

 

2. 술을 여러 계기로 접할 수 있지만 보통 사람이 술을 마시게 되는건 보호자가 한 모금 마셔보라고 주는 것일것이다. 한국에는 음복이라는 문화도 있고 술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문화이기 때문에 어떤 경로로든 술을 합법적으로 구매 가능한 성년이 되기 전에 술을 마셔보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술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없는 시기의 문화는 그러했다.) 물론 나는 모범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모님보다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술을 마시게 되었고, 그 때의 나는 나이가 많은 친구와 어울려 다녔기 때문에 술을 얻어 마셨다. 헌혈을 하러 간다고 기숙사 외출증을 받은 다음에 (실제로 헌혈을 하고) 술을 마신 적도 있었다.

 

3. 처음에 집에서 술을 얻어 마실 때는 카스, 소주, 대충 담근 포도주 정도를 입에 대어봤던 것 같다. 이걸 마시면서 정말 이 맛도 없는 것을 왜 마시는건가하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술 같은 것은 마시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생각은 친구가 처음 준 술인 머드쉐이크 초콜릿을 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이때부터 술을 맛을 보고 마셨던 것 같다. 그때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싼 술은 흔히 있는 병에 든 칵테일, 아니면 버니니 클래식 같은 스파클링 와인 같은 것이었다.

 

4. 위스키 애호가라는 취미는 대학교에 들어와서 시작했다. 원래는 적당적당히 맥주, 그 중에서도 IPA와 스타우트를 즐기고 있었다. 내가 위스키라는 것을 처음 마신 것은 만 18세가 되던 날의 생일이고(물론 한국에서 그때의 나에게 술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친구가 나에게 옥토모어 8.3이라는 위스키를 한 잔 사주었다. 위스키를 한 잔 마신 그때의 나는 마치 탄광 안의 불타고 있는 석탄을 먹은 것 같았다. 의외로 이 스모키함이 묘하게 나를 계속 끌어당겼다. 위스키는 나의 취미가 되었고, 그 취미는 지금까지도 계속되오고 있다. 최근에는 꼬냑이 내 구미에 좀 더 당기는 것 같긴 하다. 

 

5. 위스키와 꼬냑이라는 취미에서는 많은 것을 즐겼고 즐기고 있다. 내가 이 취미에 대해서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 두 개는 바에 가서 "글렌 12년 다 주세요"라고 말해본 것, 그리고 최근에 루이 13세를 마셔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열하자면 수없이 많은 일들이 있다.

 

6. 내가 위스키라는 취미에서 즐거움을 얻는 방법은 술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이 가장 큰 것 같다. 나는 위스키를 주로 잔술로 마시고, 한 번 마셔도 많이 마시지 않는다. 한 위스키를 보통 15ml정도 마신다. 경험을 보통 노즈, 팔레트, 피니쉬로 나뉜다. 그냥 마실때부터 잔을 내려놓을 때까지의 시작, 중간, 끝이다. 한 잔에서 피어나는 세 요소의 조화가 너무 좋다. 만들어지는 큰 줄기는 비슷할건데 세 요소가 종류마다 모두 다 다른 것도, 이것들을 비교하면서 마실 수 있는것도 너무 좋다. 잘 만들어지는 술에서 느낄 수 있는 입안에서의 짜릿한 감칠맛도 너무 좋다. 내가 가장 맛있다고 평가한 술인 장 퓨 No.1에는 팔레트에서 관찰레의 맛이 느껴진다. 나만의 표현인 것 같은데, 아무튼 그렇다. 세상에서는 Rancio, Oily, Creamy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는 이런 경험을 살면서 해 볼것이라고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는데 그게 내 입 속에서 실현되는게 너무 좋다. 

 

7. ...방금 문단은 아마 이 글에서 가장 호흡이 긴 문단인 것 같다. 그냥 취미라는 것을 행하는 것 자체가 좋고, 전달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취미라는 것은 기쁨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이기에다. 지금 떠오르는 일과 경험들은 나의 추억이며 기쁨이요 나의 삶의 윤활제이다. 술이 없는 나의 삶은 기술하기 힘들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8. 나는 만 20세정도에 버는 돈의 대부분을 술로 썼다. 칵테일로 썼으니까 마시는 알코올 양이 엄청났다. 가장 큰 이유는 우울증일 것이다. 삶의 다른 곳에서 오는 불만족을 술로 메꾸려고 했으니 메워질리가 없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던것은 코로나를 지나 만 23세 정도까지 계속되었던 것 같다. 진짜, 진짜로 술을 많이 마셨다. 친구 한명과 론 코리나 151 한 병, 플랜테이션 럼 한 병을 마시고 술이 모자라다고 밖에 더 사러 나갔다. 이제는 그렇게 마시지 않는다. 그렇지만 건강 문제는 아직 여전한 것 같다.

 

9. 나는 지금 지방간을 가지고 있다. 의사는 나에게 술을 먹을 것을 권하지 않는다. 그냥 말하는 것보다는 더 구체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빈도를 절반 정도로 줄여보는게 어떻냐 같은 방법으로 말한다. 인사치례같은 말로는 듣지 않으니까 실천가능한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빈도가 많냐고 하면 엄청 많지는 않다. 방금 세어봤는데 최근 1달간 술을 4번 마셨다. 연말연시인 것을 생각하면 예전에 비해서는 정말로 많이 줄은 것 같다. 의사는 연말연시에 1번 정도 마시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술의 통제권을 완전히 쥐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10. 나는 이제 이것을 저울질 할때가 온것이다. 삶의 즐거움을 주는 취미와 삶의 지속성을 가져다 주는 건강, 그 중에 어떤 것을 챙겨야 하는가? 사실 이것에 대한 답이 잘 서지 않았기에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했다. 진짜 솔직히 말하면 오늘 탈리스커 25 열려고 했는데 뭔가 열면 안 될 것 같은 직감이 들어서 그 직감을 좀 더 글로 써보고 싶었다.

 

11. 나는 사실 담배도 했다... 그것도 매우 센 담배를 했다. 흔히 한국에서 필 수 있는 말보로 레드가 약하다고 한 번에 3-4대씩 펴대서 돈아깝다고 일본에서 럭키 스트라이크를 사서 폈다... 지금은 피지 않는다. 피지 않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함께 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닐까? 이런 취미들도 결국에는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즐거운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있는 사회가 술에 대해 좀 더 관대하고, 함께 얘기 할 사람이 있기에 위스키라는 취미를 고른 것 같다.

 

12. 내가 가지고 있는 건강 문제가 일시적인가? 그렇다면 잠깐 내 취미를 건강을 위해 내려놓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취미를 같이 하던 사람과 다른 이야기를 해도 즐겁지 않을까? 꼭 위스키를 마셔야만 위스키 얘기를 할 수 있는건 아닌 것 아닐까? 근데 내가 가지고 있는 건강 문제가 영구적이라면... 나는 인생은 짧고 나에게 위스키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지방간은 일시적이라고 믿고 싶다.

 

13. 결심을 한 이상 술을 마시는 것을 줄여봐야겠다. 취미가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한 이상, 예전에 놨던 취미를 같이 하던 사람을 연락해봐야겠다. 

 

P.S. (4번, 6번 문단에 첨부) 굳이 말하면 술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없을 때는 맥주나 칵테일을 주로 먹었다. 술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있은 이후로 한 잔 한 잔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때가(만 24세 이후) 위스키 취미가 본격화 된 때인 것 같다. 특히 한 잔을 마셔도 가치 있는 잔을 마시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술을 줄여야하는데 술의 맛을 너무 좋아한다면 나는 증류주, 특히 싱글몰트 위스키와 XO급 이상의 꼬냑을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하는데 이유는 1. 이 술은 한번에 많이 마실 수 없다. 금전적으로든, 알코올 이외의 자극으로든. 2. 이 술은 기본적으로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다. 3. 보통은 내가 마신 양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